프롤로그(작성시 레벨2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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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물  

선악과

Lv.2LZLZ 0 23 2018-12-04
0. 프롤로그

멀리서 웅성웅성거리는 소리에 머리가 울렸다. 눈을 뜨고 싶었지만 눈꺼풀이 추라도 매달아 놓은듯 무거웠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 정도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에 이상함을 느낄 정도로 의식이 깨어나자 볼이 차갑고 단단한 지면 위에 놓여있단 걸 알게됐다.

여긴 어디지?

여전히 눈은 떠지지 않았고 이렇게 시각에 의존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청각과 촉각이 예민하게 곤두섰다. 눈 부근을 무언가가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손목은 가지런히 모아져있는 것 같았고, 바닥에 누워있는 것 같은데 한기가 올라오고 딱딱한 걸 보니 돌바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쯤 깨어나지?"
"기껏해야 3-4시간밖에 못 쓴댔다고. 아까 말할 때 뭐 들었어?"

남자들 목소리였다. 거리가 좀 있는지 대화 소리는 작게 들렸다. 깨어난다는 건 나를 가리켜서 하는 말 같았다.
처음 듣는 목소리, 낯선 장소, 움직이지 않는 몸─몇 가지 안 되는 단서를 조합하면 어쩔 수 없이 납치라는 흉흉한 단어가 떠올랐다.

어쩌다 이런 신세가 돼버린 걸까. 애초에, 나는 누구지?

깨어나자마자 맞닥뜨린 기묘한 상황은 차치하고 가장 큰 문제는 이거였다. 사고는 문제 없이 뻗어가는데 제일 중요한 나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는 것. 몸은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당혹스러움에 납치된 상황에 대한 무서움은 떠오를 새도 없이 가셨으나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심심해 죽겠네. 맛있어 보이는 걸 눈앞에 두고 손가락이나 쪽쪽 빨고 있어야 한다니. 이게 말이 돼?"
"지겹지도 않나. 그 말만 대체 몇 번째야?"
"아니, 그렇잖아. 잡기는 우리가 잡았는데 말이야. 바로 앞에 떡하니 나 잡아 잡숴 하고 있는데 무슨 그림의 떡도 아니고."
"그렇지그렇지."
"넌 또 뭐야?"
"저 자식 말도 일리가 있단 거지."
"아서라. 손끝 하나 건드리지 말란 말은 어느 귓구멍이 통과시켰냐?"
"재미없는 놈."

저 자식은 아래가 돌일 거라는 둥 그렇게 곧이 곧대로 알아 들으면 안 된다는 둥 낄낄거리는 소리와 함께 몇 마디가 더 오갔다. 다행이라면 저들끼리 대화하느라 바빠 아직 내가 깨어났다는 걸 모른다는 정도일까. 그리고 말은 저렇게 해도 다가오진 않는 거 같고 말이다.
그나저나 묻지마 납치는 아니었던 건지 저들의 대화 주제는 금세 의뢰인으로 넘어갔다. 마차, 비단, 가면 등의 말이 나오더니 결론은 본인들도 누가 나를 데려오라고 했는지 모른단다. 아는 거라곤 귀한 신분으로 보였다거나 엄청난 금액을 착수금으로 건넸다는 것. 그 돈만 받고 튀려던 놈들은 다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를 가두고 기다리고 있으면 된댔다고. 머릿속에서 차곡차곡 어떻게 된 경위인지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철커덩, 하는 소리가 난다 싶더니 그 뒤를 따라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후론 다시 적막. 남자들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기이한 불안감에 손끝을 움직여 보려 했으나 여전히 아무런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턱에 차가운 것이 닿았다. 그것의 의도에 따라 턱이 들렸고 좌우로 한번 움직이더니 다시 정면을 향해 고정되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오래가지 못했다. 차가운 것이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순식간에 머리로 피가 쏠리는 거 같았다.

"잡았어. 이브."

낮은 목소리는 근사한 상황에서는 로맨틱함을 한층 배가시켰을 것 같으나 이런 돌바닥 위에서, 납치된 상황에 들으니 그저 음습한 느낌만 주었다. 지하 너머. 아득히 먼 곳에서부터 질척이며 달라붙는 것 같기도 했다.

"가자. 낙원을 준비해놨어."

 정말로 이상했다. 아직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린 걸까. 아무리 상황을 파악해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데 뜬금없이 나타나 낙원을 말하는 이 남자는 왜 이렇게 소름이 끼치는 것인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으면서 절망이 나를 좀먹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왜인지. 이상한 것투성이였다.



<후기>
급하게 프롤로그 써봤습니다. 처음 써보는 거라 미숙할 거예요.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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